"후아~ 아."

눈을 뜨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실내에 비치는 햇빛을 생각해 보면, 아침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침대에서 일어나 둘러보자, 익숙치 않은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 머물던 방과 다른 방…. 
뭐, 그저께의 중계 숙소도 그랬었지만… 

어제는 메날드 성의 최상층의 조금 호화로운 객실에서 잤다. 
최근에 내 주거 환경이 너무 좋아진게 아닐까 라는 생각없는 건 아니다. 

자는 장소는 딱히 어디라도 상관 없었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석상 사이에서 자" 라고 말했다면 터졌겠지만. 

베리아의 건에 대해서, 크라이프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최장 사흘 정도의 시간이 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메날드를 관광하며 즐길 예정이다. 

얼굴을 씻고, 신발을 신고, 몸가짐을 정돈한 뒤, 마왕님용 식당으로 향한다. 

혼자 먹는 걸 좋아 하는 마왕님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성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엘프와 함께 식사를 하는 건 너무 눈에 띄니까, 나와 같이 먹는다. 

눈에 띈다라든지 새삼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으~ 음, 조금 늦잠을 잤나."

어제 크라이프와 리제와 세명이서 늦게까지 마셨으니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재회한 남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혼자 남겨지면 내가 불쌍하기 때문에 끼어들었다. 
모르는 장소에서 홀로 외로이 보내는 건 좀 그렇지. 

그리고 여행의 피로도 남아있었겠지. 
또, 자명종 역의 트리스가 없다는 점도 있다. 

파라 마을에서 트리스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까… 
제대로 밥은 먹고 있을까. 
그런 만남을 하고서 말하기 뭐 하지만 돌아갔는데 잊어버렸다면 쇼크일 것이다. 
역시 함께 있어서 상당한 애착이 솟아 올라 있던 것 같다. 

식당에 도착하자 나 이외에 전원이 모여 있었다. 
어제 그렇게 마셨는데 모두 빠르구나. 

기다리게 만들었나… 
조금 미안한 기분이 된다. 

식당에 메이드씨 등은 없고, 우리들 세명 뿐이다. 
테이블에는 이미 요리가 늘어서 있었다. 

"오~ 스."
"좋은 아침."
"정말이지! 늦어 알베르토… 정신 좀 차려!"

"앙?"

먼저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리제는 "수고를 끼치네" 라는 얼굴로, 아침의 인사를 해 왔다. 

"무슨 일이지 이 녀석(리제)?"

자기는 파라 마을에서 한심한 모습으로 일어났던 주제에. 
이제 와서 규칙적인 여자의 느낌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다니. 

오랜만에 오빠 앞이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뭐 좋아, 나도 분위기 파악을 하는 남자다. 

오라버니 앞에서 허세를 부리려 하는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 
너의 오빠 (크라이프) 도 비슷한 게 있겠군. 

참아 주지. 

전원 자리에 온 시점에서 아침 식사를 취하기 시작한다. 
테이블 반대편에 크라이프, 옆에는 리제가 앉는 형태다. 

셋이서 오늘의 예정 등을 서로 이야기 한다. 

"너는 하루 종일 일인가… 마왕도 힘들겠네. 휴일 같은 건 없는거야?"

"좋아서 하는 일이야, 그리 힘든일도 아니야. 평소에는 긴급 안건이 없다면 원할 때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당연히 지금은 바쁘지만… 베리아 건 외에도 올해는 여러가지 있어서 말이야."

크라이프가 대답한다. 

같은 마왕이라도 영지 관리 등, 내정에 대한 자잘한 일은 부하에게 맡기고, 날뛸 뿐인 녀석도 있고, 그렇지 않은 녀석도 있는 것이다. 

란누는 전자, 크라이프나 베리아는 후자다. 
나도 어느 쪽이냐고 하면 란누쪽 일까나, 내정 같은 건 나에게는 무리다. 

"오라버니, 도와드릴까요?"

리제가 오빠를 배려하는 말을 했다. 

너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야? 

무심코 말할 뻔했지만, 복잡해질 것 같아서 참았다. 
뭐 왕녀님이니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돕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괜찮아… 마리젤은 알베르토를 안내해줘, 어느 의미로 그것도 중요한 일이야."
"알겠습니다."

무슨 뜻일까… 너무 깊게는 생각하지 말자. 
쓸데없이 건드리면 안될것 같으니까 말이지. 


계속해서,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즐긴다. 

"모처럼의 관광이니 오늘은 맑으면 좋겠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가능한 즐기고 싶다. 
이왕이면 맑은 편이 좋다. 

"글쎄… 이 근처는 날씨도 변하기 쉬우니까 말이지, 뭐 지금까지는 흐리지 않았고,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 그럼 다행이… 어."

위험해, 한눈을 팔고 있었더니 포크에서 고기가 떨어졌다. 
찌르는 방법이 어설펐던 모양이다. 

"정말이지… 한눈 팔고 먹으니까 그러지, 주의해."

"그 내숭, 식사 중에도 계속하고 있는 거냐…"

너무 기어오르면, 평소처럼 무덤을 파게 될텐데… 
참을 생각이였는데 끈질기네. 
슬슬 상대하는게 귀찮아져 왔다.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녀석도 봐주면 기어오르는 타입이니까. 

좋아, 마음이 바뀌었다. 
이제 슬슬 반격 할까. 

(그 아름다운 얼굴에 쓴, 품위라는 이름의 가면을 쳐부숴 줄게. ) 


나는 마루에 떨어진 고기를 손으로 줍기로 했다. 
주운 고기를 눈앞에 내려놓고, 뚫어지게 쳐다본다. 

"너 뭐 하는 거야? 주운 고기를 쳐다하기나 하고, 상스럽다고."
"그렇다니까, 너는 정말 …"

"아니, 모처럼이니까 좀 해볼려고…"

주운 고기를 과시하듯이 진지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던 나에게 두 사람이 말을 걸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알 수 있을 리 없잖아, 더러우니까 그만해."
"천박하네."

크라이프와 리제가 나의 행위에 불평 쏟아낸다. 
당연히 뭘 하는 건지 모르겠지, 보통은… 

"천박해? 더러워?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서 하는거야. 더럽다고 얘기하면 고안자에게 실례되잖아."

답 맞추기를 해볼까. 
너의 명언을 좀 빌릴께, 리제. 

"이건 말야…"

지금부터 전달할 말은 고블린 취락의 밤에 그녀(리제)가 한 말. 




"고기 점이다!! 고기의 기름빛 상태로 날씨를 점치는거야… 그치 고상한 리제(고안자)씨?"

"커어억! 콜록 ! 콜록 !"

나의 발언에 리제가 콜록 콜록거리며 기침을 한다. 
기관지에 들어간 모양이다. 

마침 날씨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 문득 고블린 취락의 밤을 떠올렸다. 
이 상태면 어떤게 되는거지, 눈인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답을 가르쳐줘, 고상한 공주님. 

"어이 괜찮아 마리젤? 뭘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너는."
"시덥잖다는 소리하지 마! 그리고 고안자는 내가 아니야, 여행에서 함께 였던 녀석이지!"
"함께 여행한 사람? 오우거인가? 그건 그렇고 심각한 점이군, 생명(음식)을 모독하고 있어."
"뭐 그렇게 말하지 마, 누가 이 천박한 점을 고안 했는지 가르쳐 주마, 실은 …"

"엣, 잠깐 !"

숨이 다시 돌아왔는지 리제가 조급해 하며 말리려 든다. 
어쩔 수 없지… 정체를 밝히는 것도 불쌍하니 용서해 주자. 





말썽거리가 있었지만, 아침 식사를 먹고 준비를 끝낸 우리들은, 성을 나와서 메날드의 거리를 관광 하러 간다. 

옆에 있는 건 크라이프에게 인식 저해 마법이 걸린 리제. 
나에게는 효과가 없지만, 주위의 인간에게는 다른 엘프 여자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다. 

눈에 안 띄게 미형의 엘프들 중에서, 최하에서 높은 정도 랭크의 얼굴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얼굴이라고 크라이프가 말했다. 

엘프는 기본 미남 미녀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아래에서 높은 정도로도 충분히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자 관광을 즐기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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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에서 리제와 크라이프가 재회하고 나서 1 시간이 경과한 후… 

나는 마왕 남매와 함께 최상층 라운지의 의자에 앉아서 홍차를 마시고 있다.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해안선은 확실히 절경이다. 
리제가 예쁘다는 말을 할만 하군. 

내 오른쪽에는 리제, 정면에는 마왕 크라이프가 앉아 있다. 
3명만의, 은밀한 대화가 시작된다. 
물론 이야기의 내용은 타인에게 듣지 않도록, 사전에 사람을 물리고, 크라이프가 방음 마법을 전개 했다. 

"자, 다시 자기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군… 우리는 남자끼리 욕실에서 알몸의 교제를 한 사이다. 말로 자기 소개 할 필요는 없지."

"너 진짜 좀 그만해, 마리젤이 오해를 하잖아…"

"알고 있어요 오라버님, 이 녀석의 평소의 장난겠죠."

음,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리제에 의해 저지되었다. 

"뭐… 나는 거짓말은 하나도 안 했다구."

"거짓말은 아니지만. 넌 일부러 오해할만한 표현을 하는 버릇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 말대로다, 덕분에 여동생을 상대로 긴장해 버렸잖아."

어라, 만났을 때의 서먹서먹하던 분위기는 어디로 간거지… 

두명이 협조해서 나를 몰아간다. 
뭐 여러가지 일이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남매사이의 거리가 좁혀진 모양이라 다행이다. 
나라는 공통의 숙적을 만듬으로써, 두명의 화제 만들기에 공헌하는 작전은 성공이다. 

예정대로다. 

"…………"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럴리 없잖아… 

"너 라자팜 씨랑 이별할 때 비슷한 느낌으로 말했었지."

그랬나? 

"라자팜인가… 그 건의 전말은 레이에게 들었다. 정말이지 그 녀석은… 여동생을 구해줘서 감사한다, 알베르토"

크라이프가 의자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다.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만."
"신경 쓰지 마라, 고개를 들어… 그보다…"
"아아, 베리아랑 면회하는것 말이지… 편지에 쓰여있던거."

크라이프가 머리를 들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나는 고개를 들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거 말인데… 대답을 조금만 기다려줄수있나?"
"무슨 말이야?"
"잠깐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두고싶어, 물론 너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거야."

이대로라면, 나는 8000년 정도밖에 못살아.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못한다구. 

"그렇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 3일 이내에는 대답을 할게."
"뭐 3일 정도라면 상관없어."
"미안하네, 그때까지는 두 사람 모두 성에서 느긋히 지내면 돼. 긴 여행으로 지쳤겠지, 마리젤 같은 경우에는 10년만에 돌아왔으니까 말이지."

흠, 그럼 한가한 시간을 유효하게 활용하고 싶은 부분이군. 

"그 사이에 관광이라도 해볼까." 

모처럼 바다와 접해있는 거리 메날드까지 왔다고. 
옥션에서 알껍질을 판 덕분에 돈도 있고, 조금 정도는 놀아도 괜찮지. 
낚시와 다이빙, 바다 가까이서 밖에 할 수가 없는 신선한 생선 요리를 먹는 것도 좋겠지. 

"괜찮다면 안내인을 줄게." 
"제가 안내할 테니까 괜찮아요, 오라버님"
"마리젤이?"
"네."

리제의 대답에 크라이프가 다시 생각한다. 

"뭐 괜찮겠지, 그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이봐 이봐, 뭐야 그 의미있는 듯한 느낌의 대사는. 
내가 성가신 일이라도 일으킬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너는 혼자 두면 괜찮은 꼴을 못보니까."
"실례되는 여자구나 너는…"
"파라 마을에서의 전과가 있으니까, 거부권은 없다고 생각하라구."
"아니, 딱히 거부할 생각은 없는데, 그 편이 기쁘기도 하고."
"아, 그… 그래…"

내 솔직한 대사에, 뺨을 조금 붉게 물들이는 리제, 식은 죽먹기군. 
나로써는, 그녀가 안내역을 해 주어도 상관없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서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그럼 바로 내일부터 부탁해, 기대할게." 

"흐흥, 맡겨 둬." 

뭔가 의지해줘서 즐거워 보이는데 이 녀석. 

"그렇지만 너 얼굴 들통나도 괜찮은 거야?"

"얼굴에 대한거라면 괜찮아."

"괜찮다니, 거리에서 소동 일어나는 거 아니야?… 깊은 뜻은 없지만 저기에 쓰레기 봉투가 있어, 운명이 느껴지지 않아?"

"쓰레기 봉투 같은 건 안쓸거야! 오라버니의 인식 저해 마법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해달라고 하면 되는 걸."

아아, 그 방법이 있었군. 
몰래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마법이다. 
쓰레기 봉투에 구멍 뚫어서 쓰는 것보다는 100배 낫겠지. 

"어라, 리제는 스스로는 인식 저해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던가?"

"무리야, 혼자 여행할때 쓸 수 있었다면 편리했을 텐데 말이지."

뭐… 그렇겠지. 

"… 크 큭, 그래서 이야기는 정리된 건가?"

크라이프가 웃으면서 우리 두명의 대화를 듣고 있다. 
흐뭇한 것을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의 시선이다. 

새삼스럽지만 "크 큭" 이라던가, 마왕님 느낌이 나는군.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브로콜리 Layi_ :

"죄, 죄송합니다, 아니… 진짜 마왕이란 건 몰랐어요 저… 용서해 주세요. 아, 등 다 씻었어요 마왕님"

말를 걸었더니, 상대는 무려 입욕 중인 마왕님이었다. 
이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새삼스럽지만 존댓말로 체인지하기로 한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결계 안에 있는 시점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상대라고 예상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으으으, 몰랐다고는 하나 이런 무례한 언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뭐 누구나 실수는 해 조금 경솔했다는 생각이 안드는 건 아니지만 다음부터 조심하면 돼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라…"

오오… 이 어쩜 관대하신 분 인가.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멋진 분. 
공주 리제가 지적이라고 말했던 것도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요. 

"네 마왕님, 죄송… 합니다."
"그나저나 의외군,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굴하지 않는 타입의 남자라고 써 있었는데… 뭐 상관없지."

내가 반말을 쓴 것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그시점에서 대화를 끝내고, 몸을 씻은 마왕 크라이프님은 욕조로 향합니다. 

어, 어라? 마왕님 어디로? 

"아, 기다려 주세요, 마왕님"

나의 제지의 목소리에 마왕님이 돌아서서습니다. 

"조금 전의 일이라면 신경 쓰지 않는데."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럼 뭐야?"

"제 등도 씻어 주세요 마왕님, 등 씻는게 서툴거든요."

마왕님이라도 등을 씻어 줬으면, 보답하는게 예의니까요. 
알몸의 교제에 신분은 관계 없습니다. 

"너… 사실은 조금도 잘못했다고 생각안하지."
"아뇨 절대 그런건…. 더러워져 있으니 시간을 두고 정성스럽게 닦아주세요."
"하아, 뭐든지 공손한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 이래뵈도 마왕인데… 어쩔 수 없지, 등을 대라."

불평을 투덜투덜 말하면서도 성실하게 나의 등을 씻어 주는 마왕 크라이프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름 사람을 잘 사귀는 모양입니다. 

"후이~ , 앗 조금 힘 약합니다, 좀 더 세게… 랄까 너무 강합니다, 아아 정말 엉망이시네요 마왕님은, 이래선 장차 자식이 생겼을 때 욕실에서 아빠 아파 아파 라며 도망가 버릴 거에요."

"… 레이랑 마음이 맞을만 하군 너"



서로가 등을 다 닦자, 두명이서 느긋하게 목욕탕에 들어간다. 

"그래서? 왜 마왕님이 홀로 외롭게 목욕탕에 들어와 있는 거야?"

"… 이제 됐어. 나는 생각 할게 있을때는 항상 혼자서 목욕탕에 들어가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지, 여기는 내 전용 (마왕용)의 욕실이라, 아무도 못 들어오게 돼 있을 텐데."

아아, 그러고 보니 인식 저해 결계가 쳐져 있었지. 

"아니, 눈치채고 있었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편지대로 정말로 이상한 녀석이구나 너"

아아, 사전에 연락을 보냈다고 했었지. 

"뭐 나의 결계를 무시하고 여기에 들어와 있는걸 보니, 레이의 이야기도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군. 지금부터 잘 부탁한다."
"아아."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 수긍해둔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뭘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목욕하고 있다는 건 뭔가 고민거리가 있다는 거겠지. 

"별로 대단한 일이 아냐."
"그럼 얘기해줘도 문제 없네, 어떤 고민거리야?"

이래뵈도 다 큰 어른의 고민 상담은 라자팜으로 경험 했다구.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서 좋은 지혜를 짜낼수 있다는 것이다. 

"점점 다가 오지마 너…, 부드럽게 거부 하고 있다는 걸 좀 눈치채줘."
"설마 나한테 엘프의 영토를 전부 양도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곤란한데."
"그런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어, 걱정하지마."
"아, 그렇습니까… 그럼 뭐야."
"아니, 정말로 대단한 일은 아니야, 10년 만에 만날 여동생에 조금 긴장하고 있다고 할까."

뭐야, 정말로 대단한 일은 아니네. 

"앙? 평범하게 만나면 돼잖아… 남매잖아? 왜 이제와서 그런."
"남매이기 때문이야, 10년만에 레이의 편지에는 여동생의 성격이 플러스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쓰여져 있어서 말이지, 조금 불안해서."
"플러스 방향라면 딱히 상관없잖아, 애초에 나는 얌전한 리제가 상상이 가질 않는데 말이지."
"그 정도인가…"

나는 리제와의 여행의 대해 조금 이야기하기로 한다. 
이 마왕(크라이프), 그렇게 까지 섬세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 
뭐 상대가 여동생이라서 그런 걸 지도 모르지만. 

300년 교류가 없었던 오빠의 친구를 주저 없이 만나러 간 리제(여동생)를 본받으면 좋겠군. 

"옛날에 녀석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상냥한 여자다 그 녀석. 나와 레이가 보디블로를 맞았을 때도 리제를 화나게 한게 원인이기도 하고, 참견만 하지 않으면 귀여운 여자야." 
"보, 보디블로…"
"고블린의 취락의 숲에서 윈드커터를 날렸을 때도, 나쁜 것은 내 쪽이었고."

노예 옷을 입히고 까불며 성희롱을 한 나에게 죄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

이런, 마왕님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조금 지원 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군. 
이래서야 리제가 흉포한 아이 같잖아… 

"정말로 그녀는 착한 아이야… 믿어줘, 언제나 나쁜 건 나야."
"그렇게 덧붙여서 필사적으로 칭찬하는 말을 들으니 더 만나는 게 무서운데, 내 여동생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거야…"

손으로 머리카락을 슥 슥 뒤척이는 마왕님. 
용서해 리제, 이래뵈도 할 수 있는 한 지원는 다했어. 


두명이서 목욕을 마치고, 크라이프의 안내로 향한 최상층의 라운지에서는 리제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나 결계쪽으로 간거… 어라? 오라버니? 왜 이놈이 같이." 
"오오, 마리젤… 씨."

리제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온다. 

"ㅆ, 씨? 다… 다녀왔습니다 오라버니"
"아아 어서… 오세요…" 

"… 어, 어서 오세요.?"

여동생에게 한 걸음 물러난 느낌의 오빠의 태도에 의문을 가진 것인지, 리제가 눈살을 찌푸리고 곤혹스런 표정을 띄운다. 
아, 왠지 대단히 싫은 예감이 든다. 

"이런 이런, 10년만의 남매의 재회를 방해하면 미안하지, 나는 저쪽에 가 있을게, 둘이서 친교를 따뜻하게 해줘."

사뭇 신경을 쓴 듯한, 분위기를 잘 읽는 녀석 풍의 대사를 남기고, 나는 이 장소를 떠나기로(피난하기로) 한다. 
너의 기술을 좀 빌릴 게 바움… 

"에, 아…응."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진짜로, 오히려 그런건 쓸데없는 마음 씀씀이라고나 할까."

이 겁쟁이 마왕이… 

크라이프가 버려진 애완 동물 같은 눈으로 (가지 말아줘) 라며 어필하고 있지만, 무시한다. 

뭐 당연히 이후에 꾸중을 받게 됐지만. 



Posted by 브로콜리 Layi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