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날드에 도착하고 이틀 후의 밤.
나와 리제는 집무실로 호출됐다.
테이블에는 집무 책상 위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크라이프.
드디어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럼 그저께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지, 기다리게 해서해서 미안했다."
"그렇지도 않아, 관광은 즐겼으니까 신경 쓰지 마."
"… 그런가, 즐겼다면 다행이군. 메날드 역사 자료관에는 찾아가 봤나?"
크라이프가 나에게 묻는다.
"아아, 즐거웠어."
"구체적으로는 어땠지? 외부인으로서의 감상을 들려줬면 좋겠는데."
"다음에 얘기할게."
"거리낌 없는 의견을 들려 주면 좋겠군, 구체적으로."
"아아, 다음에 얘기할게."
다음에.
진짜로, 나중에 기분 내킬 때 말이지.
이대로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될것 같아서 강제적으로 화제를 바꾼다.
"자, 일단은 앞으로의 동향에 대해서인데."
크라이프가 이야기의 말문을 연다.
이제야 본론으로 넘어가는군.
"대충 짐작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마왕 베리아의 파벌에 들어가기로 했다."
"역시."
옆에 있는 리제가 신묘한 얼굴로 끄덕인다.
"이대로는, 알베르토도 레이로부터 우리 영토의 사정은 들은거지?"
"아아, 대충은."
마왕 란누가 죽은 것으로, 임모털4의 파벌에 속하지 않은 마왕은 크라이프만 남았다.
임모털포의 후원자가 없는 나라는 이 나라 뿐 이므로, 앞으로의 안전을 생각하면, 베리아의 산하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지.
"하지만… 그 두 명(레이 이외의 하이엘프)이 그걸로 납득할까요?"
리제가 크라이프에게 묻는다.
"당장은 무리겠지, 한명은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 한사람은 바보니까. 설득하는것도 고생이겠지, 마왕의 강권으로 사후 승낙시킬 거야."
또 무슨 소리야?
하이엘프에 바보 같은게 있는 거냐?
"지금까지는 세계 정세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란누의 영지가 흡수된 것으로, 베리아의 영토는 우리(크라이프령)와도 넓게 접하는 형태가 되었으니까, 지금까지처럼은 할 수 없다."
"그렇… 네요."
"이미 베리아에게 사자를 보내놨다. 대답이 오는 대로, 나는 메날드를 떠나게 될거다. 부재일 때는 마리젤,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끄덕이는 리제.
일의 중대함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이다.
"자,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알베르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혹시 만에 하나… 베리아와 교전 상태가 되면 너 이길 수 있나?"
베리아와 전투라,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만전의 상태라면 몰라도, 상처를 입은 현재론 힘들겠지.
승률 3할, 많아봐야 4할 정도겠지.
"옛날이라면…, 틀림없이 이겼을 텐데."
"호오…"
나는 정직하게 말한다.
크라이프가 내 눈동자를 계속 바라본다.
"…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군."
의심이 많은 녀석이네.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건가, 실례되는 녀석이구만.
"뭐 옛날 이야기야, 그 녀석 나이, 나보다 네 살 적었으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지? 연하한테는 지지 않다고 하는 건가?"
"내가 네살 때, 베리아는 생후 하루야. 그때라면 틀림없이 내 쪽이 강했어."
그 시절이라면 아마 상처 없이 이기겠지.
이미 란누에게 정신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물은 내가 바보지!"
"이 남자의 말은 끝까지 들어 보시고 판단하는게 좋아요, 오라버니"
여동생 쪽은 조금씩 내 취급에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분위기 파악좀 해)라고 말해지지 않는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알베르토가 베리아랑 면회하는 건에 대해서야."
"아아."
"일정은 2개월 뒤로 생각하고 있어."
"2개월 뒤? 상당히 길군."
"아아, 올해는 메날드의 거리가 탄생한지 딱 500백년인 고비의 해 라서 말이지. 이 거리에서 2개월 뒤에 기념제가 열리지. 그 때에 마왕 베리아를 메날드에 초대할 생각이야."
호오….
"그 때 백성들에게, 베리아의 파벌에 들어가는 사실을 발표할 생각이야."
"백성은 그런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받아들여 주는 거냐?"
"괜찮아, 거리의 상층부에는 사전에 이야기를 해둘거고, 원래부터 그녀와 적대하는 것은 아니였으니까, 사전에 슬쩍 정보도 흘릴거야."
"헤에."
"지금도 교역은 하고 있어, 항구에 있던 상품은 베리아 영토의 것도 있었을텐데, 눈치채지 못했어?"
전혀 몰랐다.
"다른 도시는 그렇다 치고, 메날드와 파라의 주민 중에, 그녀에게 원한을 품고있는 놈들은 그다지 없을거야, 물론 전원은 아니지만."
"으~음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순순히 올까? 애초에 일이 잘 진행될때의 이야기잖아?"
"아마 괜찮아, 실은 이전부터 그녀의 파벌에 권유를 받고 있었어. 그러니 파벌에 들어가는 걸 거부 받지는 않아. 얼굴을 보이러, 여기까지 와 줄거야."
흠? 잠깐만.
별로 두달이나 안 기다려도…
"내가 그 베리아와 크라이프의 회담을 따라가는 것은 안 되는 거야?"
"그거 말인데… 그만두는게 좋아."
"무슨 말이냐?"
"너는 베리아와 싸워 살아남은 거야, 그런 남자를 의식하지 않을 리가 없지. 베리아의 의도를 모르는 이상, 네가 회담에 얼굴을 보이면 만에 하나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네가 베리아에게 틀림없이 이길 수 있다면 강제적인 수단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
"만났을 때는 슬며시 사정을 알아낼 생각이야, 그 후에 나서는 편이 너도 움직이기 쉬울 거다. 만약 그녀에게 원한을 사고 있다면 만나기 전에 알아두는 편이 좋겠지. 뭐 그녀의 성격으로 봤을때, 그렇게까지 걱정안해도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만."
말투로 판단해 봤을때 이전에도 크라이프는 베리아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 내가 없는 동안, 알베르토에게 부탁이 있어."
"부탁?"
"아아, 내가 없는 동안… 여차할 때만이라도 좋으니, 메날드에게 있는 마리젤을 도와 줬으면 해."
"오라버니…"
나는 옆에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인 느낌이 든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가 파벌에 들어가는 것은 알수있으니까 말이지, 부재중에 쓸데없는 방해가 들어올 가능성은 높아. 아마 마리젤이라면 어중이 떠중이 놈들한테는 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위에는 위가 있어."
"…………"
"이미 한 번 도움을 받아 놓고, 뻔뻔한 부탁인 건 알지만, 부탁할 수 없을까?"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크라이프.
당연히 머리를 숙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생각할 필요도 없지.
저주의 건이나 내가 저지른 사건의 뒤처리 등, 엘프들은 여러가지 신세를 졌다.
게다가 이 녀석(리제)과 함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도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이야기에 수긍하기로 한다.
"본심을 말하자면, 너가 집에 있어줬으면 하지만."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구."
나는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는게 아니고.
한명의 동향에 나라의 흐름이 좌우되는 건 곤란하잖아.
"알고 있어, 물어봤을 뿐이야, 잊어줘."
크라이프의 이야기가 끝나고, 한숨 돌린다.
"어, 그… 고마워."
조금 말을 어눌거리며, 감사를 전하는 리제.
"신경 쓰지마."
씩씩한 그녀지만, 역시나 오빠의 부재동안 일을 혼자서 떠맡는 건 불안하겠지.
뭐 이렇게 의지해 주는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군.
내가봐도 평소의 행실은 너무 심하니까 말이지.
폐를 끼쳤으니 보답 정도는 하자.
"나한테도 이유가 있으니까, 만약 너가 죽거나 하면 뒷맛이 개운하지도 않고, 안심하고 있어."
"응… 믿고 있어."
"만약 위험하게 돼도, 나는 아슬아슬 할 때까지 너를 버리지 않을게."
"너가 아슬아슬한 정도라면… 충분하고도 남아."
나의 말에 미소를 띄우는 리제.
아슬아슬에서 태클을 거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실제로, 목숨이 걸린 한계 상태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건, 되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우던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고 가볍게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을 때 정도는 지켜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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