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란누와의 전쟁이 끝나고, 보름 이상이 경과했다.

현지에서 가능한 대략적인 일을 끝냈기 때문에, 남은 전후 처리를 부하에게 맡기고, 나는 한발 앞서 란누 성 북쪽에 있는, 본거지의 아스타니아 성으로 돌아와 있었다.

결국, 그 터무니 없는 전투력을 가진 가고일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토록 강한 힘을 가진 자다.

욕심을 말하면 부하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 가고일이 부하로 들어오면, 나는 지금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세계에서는 개인의 전력이 모든걸 나타낸다.

때문에, 최고 전력인 난 지금까지 그리 자유롭게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 가고일이 부하로 들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일을 대비해, 혹시 가고일과 조우해도, 손을 대지 말라고 산하 마왕 두명에게는 전달해뒀다.

아군이 되지 않아도 적대는 피하고 싶다.

두 사람다 [알겠습니다] 라고 말해 주었지만,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반신반의 한 모습이였다.

뭐, 그 장소에 없었던 두 사람이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건(가고일)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납득을 할 수 없는 존재다.

전력으로 저주 마법을 등에 박아 넣었으니 날개가 재생할 일은 없을 터.

그렇게 되면, 도보로 이동해야하니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산맥을 넘어, 파라 마을 쪽까지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그 주변은 하이엘프 마왕, 크라이프가 통치하고 있다.

마왕 크라이프는 과거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온화한 언행으로, 지성이 느껴지며, 호감이 가는 남자였다.

이전 그를 나의 파벌에 권한 적이 있었다, 거절당해 버렸지만…

그 무렵과는 상황이 바뀌었으니 한 번 더 권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자 그럼 … 어찌 됐든, 3년에 걸친 긴 전쟁도 종결.

아직 세세한 뒤처리는 남아 있지만, 일단 이걸로 일단락되었다.

돌아오면 돌아온대로 일이 있지만.

하지만 일단락됐으니, 조금 정도는 날개를 펴기로 하자.






그랬을…터인데.





이변을 눈치챈 것은 아스타니아 성으로 돌아간 다음 날.

하루의 피로를 달래려고, 욕실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검은 드레스를 벗고, 이어서 속옷을 벗자, 어떤 사실을 눈치챘다.


"응?"

벗은 속옷 안에, 은빛의 곡선이 보였다.

즉, 그… 아래 털이 빠져있었다.

나는 흡혈귀, 몸이 노화 하지 않는다.

고로 그… 털이 빠지는 일은, 좀처럼 없을 텐데.

물론 외부에서 강한 힘으로 당기거나 하면 빠지지만.

하지만… 고작 한가닥.

가끔은 이런일이 있을수 있지.

우선 발견되면 부끄러우니, 청소역 메이드가 오기 전에 태워 처분하자.

 

─ 다음 날 ─

"응?"

어제와 마찬가지로, 욕실에 들어가려고 하니…

속옷 안에서, 어제와 같은 광경이 확인되었다.

오늘도 같은 장소의 털이 빠져있다.

어제보다 한가닥 늘어 두가닥이 빠져 있었다.

(우연 … 이겠지?)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걸까.

조금 의문으로 생각하면서도, 이 때의 나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빠졌다고 해도 고작 2가닥 이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3일 후 ─

빠져나가는 것이 멈추지 않아…

어제보다 빠진 수가 늘어.

오늘은 4개다.

수면 부족? 식생활 불규칙? 스트레스?

부정은 하지 못하겠지만, 1500백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다.

(왜?)

딱히 4가닥 빠진 정도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몸이 좀 더 쉬라는 사인을 보내는 걸지도 모른다.

가고일 전에서는, 오랜만에 전력을 내서 싸웠다, 그 때의 데미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년은 특히 바빴기도 했고, 느긋히 휴양 하자.


─ 5일 후 ─

아침 밤낮, 규칙적으로 먹고 있다.

수면도 확실히 취하고 있다.

몸은 매일 목욕을 해 청결하게 유지 하고 있다.

업무량도 최근에는 소극적이다…

몸에 부담이 되는 행위는 최대한 줄이고 있다.

…그런데.


"왜?"

… 왜 빠지는 거지?

평소 다른사람과 함께 욕실에 들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없어도 사회적으로 곤란하지 않다… 하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조금 불안해졌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 ×× 일후 ─


"…………"

안돼, 역시나 탈모가 멈추지 않아.

나날이 빠지는 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근시일내에 전부 사라져버리는거 아닐까?

그런 공포를 최근 느끼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지만, 효과가 없다.

이미,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단순한 몸의 이상이 아니라면…

그럼, 설마…저주?

분명 그런 저주는 있다… 하지만 .

(아니… 설마 그럴 리 없지. )

이런 일을 하고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는 것인가.

만일 저주라고 해도, 왜 이런 짓을 한는지, 술자의 목적을 전혀 모르겠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을까…

누구한테 원망 받을 만한 짓을 했나.

이래뵈도 임모털4 (죽지 않는 네명), 오래 살기도 했고, 원망 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산 만큼 있다.

하지만, 이건 술자의 의도를 전혀 읽을 수 없다.

나에게 치욕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면 대성공겠지만.

(뭐 이리 수수하고 심한 장난이지… )

더 이상의 고민거리는 봐줬으면 한다.

저주인지 아닌지는 조사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성의 연금술사인 마렐에게 상담해 볼까?

그녀라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렐, 잠깐 괜찮아?"

"베리아님… 무슨 일이십니까."

"음, 그…"

좀처럼 입에 담을 수가 없다.

나는 마렐에게 말하려 하다… 주저해 버린다.

상담… 해야 하나?

명색이 임모털4 (죽지 않는 네명) 라 불리며, 많은 마족을 통솔하는 입장에 있는 내가…

[조사해줘] 라고.

[최근 아래의 털이 빠져 곤란해 하고 있습니다] 라고.

"…………"

"왜 그러시나요? 베리아님"

눈앞에는 나를 걱정하는 눈동자로 응시하는 마렐.

"… 아무것도 아니야. 불러 세워서 미안해."

(그런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터벅터벅 성의 복도를 걷는다.

"베리아님, 앞을 보지 않고 걸으면 위험해요."

성의 메이드와 마주친다.

안 돼, 생각을 했더니 시야가 좁아져 있었어.

벽에 부딪칠 상황이였던 모양이다.

"베리아님 떨어지셨어요, 주워둘게요."

"에, 앗, 안 돼!"

무심코 반사적으로 메이드에게 외쳐 버렸다.

"엣, 손수건을 주우면 안 되는 건가요?"

"…………"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아아, 안 돼… )

이대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치를 참고, 용기를 내서 마렐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만약 저주라고 한다면, 그 때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범인을 찾아내 주지.




Posted by 브로콜리 Layi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