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힛쿳"


갑자기 루미나리아에게서 들린, 흐느껴 우는 듯한 목소리.


"어, 어이 루미나리아 왜 그래? 괜찮은 거야?"


"네, 괜찮아요."


불안해진 나는 루미나리아에게 묻는다.


그녀에겐 살짝 붉은 빛이 돌고 있으며, 눈도 축 풀려 있다.

역시 뭔가 모습이 이상하다.


"아, 누나가 들고 있는 거 더미 워터다."


"뭐라고?"


더미 워터… 무미 무취로 물과 거의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음료.

하지만, 더미 워터는 물이 아니라 술로 분류된다.

당연히 술이므로, 마시면 취한다.

그것을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다는 건.

루미나리아가 물로 착각해 술을 마셔 버렸다는 말인가.


긴의 말로 상황을 이해한다.

즉 … 그녀는 취해버린 것이라고.


"과한 걱정이예요오, 괜찮습니다 두분 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괜찮다는 어필을 하고 있지만, 혀가 돌아가지 않는다.

잘 보면 눈의 초점도 맞지 않다.

평소의 참된 인상을 가진 그녀에게서는 상상이 안가는 모습이다.


이건 취한게 확정이겠지.

그건 그렇고…


"더, 더미 워터라는 건 한 잔만 마셔도 취해버리는 술이야?"


"아니, 그렇게 강한 술이 아니야. 평범한 녀석이라면 한 컵으로 일단 취하지 않아."


그렇다면, 그녀가 술 내성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본인도 술에 약하다고는 말했었으니까.

설마 한잔으로 취할 정도 약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입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어 뭔가 에로틱하다.

성숙한 성인 여자도 아닌, 미성숙한 아이도 아니다.

그 두가지 사이에 있는 소녀가 자아내는 아름다움이라는 녀석이다.


뭔가 반숙을 먹고 싶어졌군.



라고 해도 그녀는 백년 이상 살았다는 이야기였지만 말이지.

고룡도 엘프와 마찬가지로 일정 연령 지나면 용모가 변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네… 가게를 나갈까 형씨. 조금 덜 마셨지만."


"그렇군."


나는 긴의 제안에 수긍한다.

빨리, 루미나리아를 쉬게 해 주는 편이 좋겠지.


"아직 일러요오. 좀 더 느긋하게 가자구요오."


시간의 경과와 함께 취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녀의 이런 모습을 주위에 보이는 것도 불쌍하다.


"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오~"


"됐으니까 나가자."


그녀(루미나리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취하고 있는 녀석은 모두 그렇게 말하지.

자각하질 못하는 녀석들의 말 따위 신용할 수 없다.


"… 괜찮다고 말씀 드렸는데. 어쩔 수 없네요."


하아~ 하고 긴 한숨을 토하는 루미나리아.

무사히 납득해 줬으려나?




"… 저를 팔씨름으로 이기면 가게를 나가도 좋아요."


" "봐… 전혀 괜찮지 않아." "


테이블 위에 오른팔을 얹고 대전 상대를 기다리는 루미나리아 씨.

평소의 멀쩡한 그녀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장난을 치려는 소녀의 그림이군.


설마, 승부를 신청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후후후… 무슨 일이세요?"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어른을 곤란하게 해 주고 싶다, 라는 아이의 그림이다.

… 누구야 이 애.

이건 이것대로 소악마 같아서 인기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왠지 시간의 지나면서 어려지는 듯한.


"뭐 좋아, 빨리 끝낼까."


"에, 형씨… 이길 수 있는 거야?"


"금방 끝나, 먼저 계산해 해둬."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줘고, 냉큼 정리하기로 한다.


"언제라도 괜찮다구요오?"


"그래? 그럼, 레디 고 읏차."


그녀의 손이 다치지지 않도록, 테이블에 살그머니 팔을 쓰러트린다.


"…어, 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미나리아 씨.

설마 진다곤 생각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겠지.

가고일에게 질거라곤 생각지도 못하겠지.


"자, 가자."


"… 어, 어쩔 수 없네요."


불평하면서도, 비틀비틀 일어서는 루미나리아.

위험하니 부축을 해주기로 한다.



"… 너무, 우쭐대지 않는 게 좋아요."


뭐… 딱히 상관없지만.

순순히 가게를 나와만 주면 말이지.

먼저 그 대사를 뱉은 건 나고.





계산을 마치고, 긴과 가게를 나온다.

밖은 바람이 기분 좋다.


"둥실 둥실 거리고 있습니다~, 아하하하하~"


아아, 차가운 바람에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좋았을 텐데.

…괜찮을까, 진짜 .

아이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알베르토 씨!"


"오, 오우, 뭐야?"


웃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루미나리아가 말을 건네 왔다.

어깨를 부축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 얼굴이 가깝다.


"…지금 저 웃었던 걸 가요?"


"알까 보냐."


그런거 몰라.

정서가 너무 불안하잖아.

엘자와 마찬가지로 내심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걸까.


"…저기 형씨,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이거 누구의 책임이 되는 걸까?"


"뭐… 너겠지."


긴이 복잡한 음료를 부탁이니까 이렇게 된 거다.


"그렇겠지, 어떻게 할까."


긴이 팔짱을 끼고 고민하고 있다.

나도 이렇게 심한 상태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어.


내가 어깨를 부축해줘서 비틀비틀 걷고 있는 루미나리아.

발걸음이 정상적이지 않다.

그토록 마신 긴보다 훨씬 심한 취기다.


어떻게 할까 지금부터.

어디선가 루미나리아를 쉬게 해 주고 싶었는데.


"어이 루미나리아. 묵고 있는 숙소는 어느 쪽이야?"


"이 발이 향한 쪽입니다아~"


"열받아~"


평소의 상냥한 그녀를 알고 있는 탓에, 강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다.


이것은, 안 되겠다.

진심으로 상대하면 짜증이 난다.


"루미나리아가 어느 숙소에 묵고 있는지 몰라?"


그녀에게서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 것 같다.

긴이 알고 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몰라, 오늘 물어봐 둘 걸."


안 되나.

그렇다면 별개 안을 생각하자.


"그럼 안도르의 집에 데려 가는 건 어때? 거기라면 루미나리아의 지인이니까 문제 없잖아."


방금 전 막 그들과 헤어졌지만, 어쩔 수 없다.

대장장이 부부에게 부탁해 보자.


"오늘은 안돼… 상황이 나빠다고 했지? 아마 지금쯤 생명의 신비가 일어나는 한창일 거야."


"아… 응?"


뭐야 생명의 신비라니?


"거실에 두개의 검이 교차해서 놓여져 있었지? 그거, 그 부부의 오케이 사인이야. 알겠지… 내가 말하고 싶은게."


"…그 녀석들은."


그러고 보면 낮에도 딸을 갖고 싶다는 말을 했었지.

왜 긴이 그 사인을 알고 있는 건지는 의문지만, 지금은 제쳐둔다.


정말이지, 우리들이 고생하는 사이에 그 놈들…

한창인 집에 루미나리아를 내던져 줄까.

아니, 그건 루미나리아가 불쌍하려나.

휘말리면 보통 상태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집에 묵게 해 줄 수는 없고."


긴이 말하는 대로다.

남자의 집에 1박을 시킬 수 있을 수도 없다.

남자의 집에서 잔다는게 알려면 그녀의 평판도 나빠질테고.

설령 긴이 루미나리아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해도.





잠깐의 사이, 긴과 상담한다.


잘 생각해 보니, 수룡인 루미나리아가 묵은 곳에서, 술버릇으로 날뛰거나 하면, 보통 녀석으로는 대응 할 수 없겠지.

아마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모 술주정꾼의 실례를 알고 있는 만큼 남에게 맡기는 건 조금 불안하다.


긴과 둘이서 해결책을 생각한다.


그러자… 만취 상태인 루미나리아에게서 수수께끼의 말이 튀어 나왔다.



"으~음, 아빠?"


"하?"


뭔 나사가 빠진건지.

루미나리아가 갑자기 나를 아빠 취급한다.


(내, 내가 아빠라고? )


술에 취해 주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고일인 나를 고룡으로 착각하다니 있을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아빠일 줄이야…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루미나리아도 쓸쓸한 걸까.

고향의 아버지가 떠올라, 향수병이 도진 걸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이것저것 빚이 있으니까 말이지.

가능하다면 힘이 되어 주고 싶지만…


그런 생각이 나를 어느 행동으로 몰아세운다.



"아아 아버지야, 부친 대행인 알베르토다."


해주겠어!


전력으로 아버지역을 연기해주지.

무슨 일이든 도전이 중요하다.

굳이 좋은 기분에 젖어 있는 그녀의 상상을 부술 필요도 없지.



"왠지, 오늘의 아빠는 딱딱하네. 가고일 같아."


"고, 고대 가고일의 유전자가 최근 갑자기 눈을 뜬 모양이야."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거… 나한테도 유전자가 섞여 있지."


벌써 허점이 드러날 것 같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다.



"게다가 찌리릿 하지 않아."


"찌릿찌릿?"


찌릿 찌릿이 뭐지.

너의 아버지, 만지면 찌릿찌릿 거리는 거냐.


"이, 이제 그만뒀어. 그런 건…"


"그렇구나… 어째서?"


"남한테 폐를 끼치니까."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적당히 얼버무린다.

다행이다.

취해 있어 그다지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엄마는?"


"엄마? 엄마라면 거… 거기에 있잖아?"


"응?"


그렇게 말하고 나는 긴을 가리킨다.

부탁이니까 분위기좀 읽어라.



"…어, 엄마야."



… 너, 너무 조잡해.


분위기를 읽어 준 건 고맙지만.

좀 더 이렇게… 어미 바꾸는 것 정도는 하자구.




(그건 그렇고… 찌릿찌릿? )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수룡이라는게 찌릿 찌릿 거리던가?


뭔가 걸려.

고룡 중에 찌릿 찌릿 거리는 녀석은… 뇌룡 정도 밖에 없을 터.


하지만 루미나리아는 수룡 있란 말이지.

나는 루미나리아의 부모님은 두 사람 댜 수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근데 아까 크라켄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말했었지?

어머니는 같은 종족이라고 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 설마."


길드에서 만났을 때, 그녀의 이름을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술이 일으킨 이 상황.

떠오르는 것은 만나자 마자 번개 브레스를 토한 녀석의 얼굴.


곧이어, 내 머릿속에서 한개의 선이 이어진다.

확률적으로 낮다는 건 알지만, 일단 확인만 해두자.


"저기 딸아, 아빠 이름이 뭐였지?"


"자기 이름을 잊어버렸어 아빠?"


"글러먹은 아버지라 미안해."


"정말, 라자팜이잖아."


"…진짜냐."


어이 라자팜.

내가 먼저 찾아 버렸어 따님.


어이 어이, 이런 일도 있는 거냐.



"형씨 왜 그래?"


갑자기 입을 다문 나에게, 긴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긴… 그녀(루미나리아)에 대한 건 나한테 맡겨둬, 어떻게든 될 것 같아."


"무슨 말이냐?"


"루미나리아는… 내 지인의 딸이였어.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긴이 조금 생각하는 기색을 보인다.


"…정말로 맡겨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긴도 취해있지… 집에서 쉬어."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긴도 지쳐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럼 이걸 갖고가."


"이것은?"


건네 받은 것은, 푸른 빛이 감도는 작은 돌이었다.


"축음석이야, 마력을 흘리는 것으로 목소리를 축적시킬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지. 조금 전의 대화를 녹음해두었어."


"호우."


'일어났는데 기억이 없거나 하면 누나는 혼란스러워 할지도 몰라. 만약 설명하기가 곤란하면 도움이 될 거야."


이거… 들려주면 부끄러워서 죽고 싶어지지 않을까?

일단 맡아두지만, 사용하지 않기를 빌자.


"왜, 왜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거냐?"


"지금 그게 중요해? 그보다 빨리 누나를 바래다 줘."


"오, 오우! 그럼 나중에!"


뭔가를 얼버무린 듯한 느낌이 든다.







─ 이튿날 아침 ─


메날드 성 최상층의 공주님의 침실에서…



"으, 으음."


아침, 눈을 뜬다.


커튼에서 새어 나온 아침 햇살이 눈에 들어와 약간 아프다.

눈이 부셔, 무심코 손으로 눈을 가볍게 비빈다.

최근에는 축제의 준비에, 오라버니의 업무 인계까지 아주 바쁘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수면 부족이다.

오라버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오늘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러고 보니, 늦는다고 하던 알베르토는 성에 돌아오지 않았네.

걱정해봤자 손해므로 먼저 자 버렸지만.

뭐, 성에는 딱히 사건 보고도 안 들왔고, 문제 없겠지.

그건 그렇고…


"…졸려."


…아직 아무도 나를 깨우러 오지 않았다는 것은, 기상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는 말.

시간이 되면 메이드가 깨우러 올 터.


응… 조금만 더 자자.


일어나면 힘낼 테니까…

밖은 춥다, 이불 속은 푸근해서 행복하다.

좀 더 자도록 하겠습니다.


침대 위에서 옆쪽으로 몸을 뒤척인다.


"뭐지?"


몸이 뭔가에 부딪혔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봐보니, 이불 옆이 부풀어 있다.


기분 탓인지 이불 안이 평소보다 따뜻한 것 같은.


"응?"

나, 어젯밤 다키마쿠라를 사용한 기억이 없는데.

확인을 위해서 이불을 넘긴다.

그러자 거기에는…




"… 누, 누구?"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Posted by 브로콜리 Layi_ :